신입 개발자의 2020년 회고 - 졸업부터 취업까지

2020년은 엄청 많은 일이 있었다.

나의 상태가 여러번 변했는데, 학생 -> 취준생 -> 싸피 교육생 -> 직장인 으로 볼 수 있다.

가장 큰 일은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취업한 것이다.

올해 목표는 ‘서비스 기업에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는 것’이었는데, 목표는 이루게 되었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계획 (학생)

2월까지는 학생이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때만 해도 내 계획은 캐나다에 가는 것이었다. 캐나다에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일도 하고, 미국, 캐나다와 남미 여행도 하고 올 계획이었다. 캐나다 워홀은 비자를 추첨으로 뽑는데 작년에 스페인에서 돌아오자마자 2월에 신청을 했었다. 운좋게도 그 다음주에 바로 인비를 받았고, 유효기간이 1년이라 절차를 최대한 미뤄가며 5월에 최종으로 비자를 받았었다. 캐나다에 가려고 내내 생각 중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캐나다에 가지 못했다.

캐나다에 가서 개발자로 일을 구할 생각이었다. 낮은 연봉을 받는 회사라면 어디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고 어떤 회사에서든 개발자로 일하는 것이 목표였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목표로 공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공부할수록 나의 부족함이 느껴졌기 때문에,

  1. 과연 캐나다에 가서 개발자로 일을 구할 수 있을까
  2. 1년 갔다와서 한국에서 구직을 하고 일을 시작하면 그 땐 나이가 몇 살인가!

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캐나다에 가서 개발자로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찾아봤지만, 보통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한국에서 대학 학위만 가지고 와서 개발자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무경력에 컴공 학위 밖에 없는 외국인을 뽑아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를 하면서 출국 날짜를 잡고 있던 차에 코로나가 점점 심각해졌고, 캐나다도 처음에는 확진자가 전국에서 몇명 되지 않았지만 계속 많아졌고, 갈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솔직히 잘됐다는 심정으로 빨리 한국에서 개발자로 일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캐나다행을 포기했다. (그땐 코로나가 이렇게 길어질 지 몰랐다.) 대신 꽤 먼 미래에, 실력과 커리어를 쌓아서 북미에서 개발자로 일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상반기 취업 준비와 공부

졸업을 하면서 자취방의 월세 기간이 끝나, 본가로 내려와서 취준을 시작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가고 싶은 회사의 조건을 정리해봤을 때, 이 정도의 기준이 있었다.

  1. 서비스 기업일 것 (B2C)
  2. 연봉 OO 이상
  3. 개발 문화가 좋은 곳
  4. 서울에 있는 회사
  5. 성장하고 있는 회사

이런 기준을 정하게 된 데는 이 글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본가가 지방이라 서울에서 일하면 방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연봉도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사실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회사에만 지원하지는 않았다. 처음에 시작할 때 하반기 취업을 목표로 시작했지만, 졸업하면서 학생의 신분이 아니게 되어서 조급한 마음이 있었고, ‘많이 쓰면 하나는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자소서를 엄청 썼었다. 자소서를 쓰면 하루는 거의 날리게 되어서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이때 했던 것들은 크게 이 정도였다.

  1. 자소서 작성 및 지원
  2. 알고리즘 공부
  3. 프론트엔드 공부 및 프로젝트
  4. 코딩테스트

집에 내려가서는 동네 독서실을 다녔다. 아침에 가서, 중간에 밥 먹으러 집에 왔다가 다시 가서 독서실 마치는 1시까지 위의 것들을 하고 오곤 했다. 이 때는 고3 때보다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처음에 본가에 내려왔을 때는 이제 학교를 안 다니다 보니 하루종일 시간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처음에는 코딩테스트에서 너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알고리즘 문제를 엄청 많이 풀었다. 주로 백준과 프로그래머스를 이용했다. 이때도 푼 문제수는 꽤 많았기 때문에 왜 코딩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지 고민이었는데, 이 쯤 읽었던 1만 시간의 재발견이라는 책에서 답을 찾았다.

아무리 연습 시간이 많아도, 같은 수준의 연습만 하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한다. 알고리즘 공부를 시작한 건 작년부터인데, 이 때 ‘매일 한 문제 풀기’를 했었다. 주로 쉬운 문제를 풀었던 것 같다. 그 후에는 코딩테스트에서 자주 나오는 BFS, DFS, DP, 그리디, 시뮬레이션 등의 유형을 집중적으로 풀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문제만 푼 날도 많았다.

프론트엔드 공부는 주로 인강을 들었는데, 노마드코더, 인프런, udemy 를 주로 들었다. 노마드코더는 프론트엔드를 공부하면 대부분 거치는 것 같다. 노마드코더에는 챌린지라는 제도가 있는데, 2주, 6주의 기간 동안 매일 나오는 과제를 제출하는 것이다. 몇 번 참여했었는데, 강제성이 부여되는 게 동기부여에 좋았다.

상반기에는 면접까지 가기가 쉽지 않았다.

서류가 적부가 아닌 곳은 서류에서 많이 떨어졌다. 계속 떨어지는데 문제점을 분석하기 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려고 했던 것 같다.

5월 중에 SSAFY(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4기를 모집하는 걸 보고 지원을 했다. 싸피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 알고리즘 및 웹 교육
  • 매달 100만원의 교육비 지원

의 혜택이 있고, 교육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것 같아서 하고 싶었다.

싸피 면접을 보고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기업의 채용 전형이 진행되었다. 상반기에 최종면접까지 간 곳은 싸피 제외 딱 한 곳이었는데, 대기업 SI였다. 시험을 성수동에서 쳤었는데, 시험치러 가는 길에 날씨와 거리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나중에 성수동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근데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 성수동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예상 외로 합격을 하게 되어 첫 면접을 보러가게 되었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면접 스터디를 한 번 했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자소서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내 자소서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의 자소서를 읽고 내 자소서를 읽어보니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에 비해 구체적이지 않아보였다. 프로젝트 경험을 쓰라고 할 때 완성도가 높고, 온전하게 다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프로젝트만 써야한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니 완성도나 기여도가 높지 않은데도 전문적이게 보이도록 잘 쓰는 것 같았다.

SI 면접 대상자 발표 전에 싸피 최종합격 발표가 났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최종합격 이라는 게 있긴 한건가 했었는데, 교육이라도 최종합격을 하게 되어 너무 기뻤다.

2020-memoir_1

SSAFY 시작

싸피 4기는 7월에 시작했다. 싸피를 시작하고나서는 새롭게 하반기 계획을 세웠다.

  • 정말 가고 싶은 곳만 넣을 것
  • 싸피 교육을 열심히 들을 것

싸피를 시작하고 나니 공백기를 채울 수 있어 마음이 조금 여유로워졌다. 붙으면 갈건가 하는 고민이 드는 데는 넣지 않았다. 선택과 집중을 하니 상반기의 10-20% 밖에 지원하지 않았는데 타율은 더 높았다.

싸피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상반기에 면접을 봤던 대기업 SI에 발표가 났다. 그 전까지 되면 갈까 말까 하면서도 내심 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졌다. 이때는 좀 타격이 컸는데, 그렇게 가고 싶지 않은 기업에도 붙지 못하는데 더 가고 싶은 회사에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싸피를 시작하고 나니 교육 듣고 과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알고리즘 문제를 엄청 많이 풀었는데, 혼자 공부할 때보다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 코로나로 캠퍼스에서 자습을 할 수 없었고 카페에서 더 집중이 잘 돼서, 집 근처 24시간 카페에 가서 새벽 2-3시까지 공부를 하곤 했다. 새벽에 집에 돌아올 때면 나는 언제 취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동백꽃의 오정세 수상소감을 봤다. 내가 열심히 하는 것만큼 잘 되지 않는 것 같더라도 언젠가 기회가 찾아온다는 내용이었는데, 참 위로가 됐었다. 이때는 정말 개발자로 서비스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렇게 싸피를 한 달쯤 서울에서 다니다가 광복절에 잠시 본가에 내려왔는데,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주말만 있는다는 게 두 달이 되었다.

그 두 달 동안 싸피 수업 듣고 과제도 하며, 몇몇 서비스 기업에 지원을 했다. 싸피 수업과 과제도 하며 자소서도 쓰고 개인 공부도 하며 우아한형제들에서 하는 우아한테크러닝도 듣고 바쁘게 보냈던 것 같. 코테를 몇 번 봤는데, 싸피에서 했던 게 도움이 되어서 코테를 보면 합격을 좀 하기 시작했고, 두 개의 기업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한 개는 1차 면접에서 떨어졌고, 너무 못 봐서 당연히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 기업은 1차를 붙고 2차 면접을 보게 되었다.

2차 면접 때 면접을 잘 본 것 같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었다.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매일 회사 뉴스를 검색해봤는데, 회사가 유니콘 기업이 된다는 걸 보고 더 가고 싶어졌었다. 예정 발표일은 한참 남아 여느때처럼 싸피 수업을 듣던 중 오전에 전화가 왔다. 최종합격했다는 전화였다. 드디어 개발자로 일할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았고, 그게 지금의 회사여서 더 좋았다.

그렇게 2박 3일 일정으로 본가에 내려왔다가 2달 만에 취업을 해서 다시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

입사

입사일은 최종 발표 2주 뒤였다. 그렇게 3개월 만에 싸피를 퇴소하고 성수동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첫 출근이니 단정하게 입어야겠다!하고 자켓을 입고 갔는데, 편하게 입고 와도 된다고 하셨다. 입사하고 슬랙을 처음 들어갔을 때 사람들이 10분 늦습니다, o시 출근할게요 등의 말을 했었다. 출근 시간이 엄격하지 않은 등 자유로운 분위기에 놀랐었다.

처음에는 환경 설정을 하는 시간이었는데, 그 뒤로 일을 조금씩 하게 되어서 하면서 배울 수 있었다. 그 후로 여러 개의 일을 끝내고 현재는 입사한지 2달이 넘었다. 그 동안에도 팀이 분리되고,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는 등 여러 일이 있었다.

최고의 복지는 좋은 동료라고 하는데, 배울 점이 많은 동료들이 많아 좋다. 많이 배우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인 것 같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아서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일을 하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공부해야할 키워드도 많아졌다. 빌 게이츠가 한 말 중에 취업 준비를 할 때 자주 생각했던 말이 있다. Fake it 'till you make it. 취준할 때는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척을 했었는데, 취직하고 나니 이제 make it 할 때가 온 것이다. 취업하고 나서는 이전처럼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는데, 공부를 꾸준히 해서 기본기가 탄탄한 개발자가 되고 싶다.

올해 한 것들

일일커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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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되면서 일일커밋을 한 지 일주년이 되었다! 취준할 때는 알고리즘 문제 푼 게 많았고, 그 외에는 프론트엔드 프로젝트를 했었다. 매일 커밋을 한 게 습관을 들이는데 좋았지만, 커밋을 위한 커밋을 한 날도 있었다. 일일커밋을 계속 하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고 의미 있는 커밋으로 채우고 싶다.

글또

예전부터 참여해보고 싶었던 글쓰기 모임이었는데, 이번에 참여하게 되어 좋았다. 글또 덕분에 현재까지 몇 개의 글을 작성했는데, 남은 기간은 더 알찬 글을 쓰고 싶다. 기술을 설명하는 글은 잘 써보지 않아서 쉽지 않았다. 꽤 오랫동안 썼는데도 나중에 보면 별 내용이 없는 것 같기도 했다. 계속 써봐야 늘 것 같아서 내년에도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써보려 한다. 2주에 하나의 글을 쓰는 게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고 마감일은 금방 다가온다. 이때까지는 마감일 다가와서야 쓰곤 했는데, 다음부터는 마감일 전에 일찍 글을 올려야겠다!

2021년에 할 것들

공부

아직도 일할 때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공부도 계속 하면 좀 더 일을 잘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나는 키워드를 적어보면 몇 가지가 있다.

  • JavaScript, TypeScript
  • HTML, CSS
  • 웹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 네트워크
  • Redux

책 읽기

올해는 작년보다는 책을 더 많이 읽었는데, 내년에는 책을 엄청 많이 읽고 싶다. 개발 도서 뿐만 아니라 경제/재테크, 인문학, 과학, 소설 등 여러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보고 싶다. 독서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매일 확보해야겠다. 내년 회고에는 책을 엄청 많이 읽었다고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운동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수영장을 못 가게 되어 한 동안 운동을 안 했었는데, 요즘에는 가까운 곳에 산책이라도 하려고 한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활동량이 많이 줄었는데, 걷기 운동이라도 해야겠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다시 수영장을 다니고 싶다.


Written by@jae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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